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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escription
가족이 신청한 백일장 행사에 참여해
딸은 시를 쓰고 나와 아내는 산문을 쓰기로 함.
당신의 요리
나는 평소에 막걸리 안주로 모둠전이나 두부김치 등 한국적인 요리를 좋아한다. 평일에 퇴근하고 자주 먹는 요리는 아니지만 금요일이 되면 마트에 들러 막걸리에 두부, 김치 등을 사서 요리해 먹는다.
하루는 금요일 퇴근길에 재료를 사 가지고 오니 아내가 "오늘은 내가 두부김치 해줄게." 하며 만들어 준다고 한다. 아내도 평소에 초등학교를 다니는 딸아이 식사를 챙겨주는 걸 알고 있던 터라 기대하고 기다렸다가 먹어봤는데, 그 맛이 영 별로이다.
"음, 요리에 감칠맛이 없어 이럴 땐 설탕을 조금 넣어주면 좋아."라고 얘기해 주었다. 처음에 그 얘기를 듣고 자기가 해준 요리는 맛이 없냐며 시큰둥했지만, 다음에 해줄 때 설탕을 조금 넣어서 해주겠다고 한다.
그 다음주 금요일에도 두부김치 재료를 사서 집에 가져갔고, 이번에도 두부김치를 해줬는데 설탕은 빼먹지 않고 들어갔지만 뭔가 또 빠진 것 같아 아내에게 얘기를 해줬다.
"이번에는 칼칼한 맛이 덜한 거 같은데, 이럴 땐 고추가루를 넣어야 해."라고 얘기해 줬다. 그랬더니 조금 뾰루퉁한 표정으로 다음에는 당신이 두부김치를 얼마나 잘 하는지 보겠다면서 만들어 주면 한번 먹어보겠다고 했다.
아내는 집에서 독서토론 선생님으로 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. 나는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 을 하기 때문에 집에 일찍 들어온다고 해도 오후 8시는 넘어야 하고 나와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은 늦은 밤 시간인데 그 마저도 다음 날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해서 새벽에도 일을 한다. 그래서 평일에도 같이 밥 먹을 시간이 없는 맞벌이 부부이다.
생각해 보니 나는 집에서 요리를 내가 직접 해 먹지만 아내는 내가 해 먹는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다. 그래서 두 번에 걸쳐서 아내가 해준 두부김치 요리를 먹어본 나의 평가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 것 같다.
그래서 이번 주 금요일에는 조금 일찍 서둘러서 퇴근해 두부김치 요리를 해 주었다. 나는 막걸리를 좋아해 반주로 먹지만 아내는 맥주를 좋아해 각자 좋아하는 술을 선택해 내가 만든 두부김치 요리를 같이 먹었다.
아내는 내가 만든 두부김치 요리를 먹어보고는 "아니 여태까지 이렇게 맛있는 걸 혼자 해 먹었단 말야?" 하면서 내가 만든 두부김치를 맛있게 먹었다.
"당신이 매주 해먹는 이 두부김치 레시피를 알려주면 내가 다음에 똑같이 만들어 볼께."라고 해서, 내가 즐겨먹는 방식의 두부김치 레시피를 적어서 카카오톡 메시지로 알려줬다.
이제 매주 금요일은 두부김치 요리를 평가하는 날이 된 것 같다. 오늘은 특별히 딸아이도 일찍 잠들지 않고 아빠를 기다렸다가 자기도 두부김치를 먹겠다고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. 이번에 만든 아내의 두부김치 요리는 내가 평소에 해 먹던 그 맛과 똑같았다.
"당신의 요리는 맛있는 요리를 해주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서 더 특별한 것 같아."라고 해주니, 두번이나 자신의 두부김치 요리를 평가 받았던 아내도 기분이 좋은지 활짝 웃었다.
딸아이도 "아빠, 나도 두부김치 먹을 수 있어." 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이렇게 온 가족이 모여서 요리를 같이 먹으며 웃었던 날이 꽤 오래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.
"두부김치는 이제 마스터 했으니, 다음에는 깻잎전으로 도전해 볼까?" 라고 하자 아내는 "깻잎전 평소에 먹은 걸 못봤는데?" 라고 놀란 눈으로 물어본다. "아 그거 나도 이제부터 배워서 만들어봐야해. 같이 찾아서 만들어볼까?", "그래, 좋아." 딸아이도 그 틈에 끼어들어 이렇게 말한다. "나도나도, 엄마 아빠가 깻잎전 만들면 내가 맛있게 먹을꺼야." 라고 하면서 웃는다.
지금 두부김치가 맛있는 것도 좋지만, 가족이 모여 맛있는 요리를 먹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인 것 같다. 아내와 딸을 위해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당신의 요리 덕분에 오늘도 행복한 가족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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